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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내 이야기]한국 사회에서 키 작은 남자로 살아가는 것

녹차한잔 2023. 9. 2. 16:22



내 키는 대략 167cm로, 한국의 성인남성 평균 키에 미치지 못한다. 몇년 전까지만 해도 이 사실을 무척이나 수치스럽게 여겼고 밖을 나설때마다 마주치는 사람과 내 키를 비교하고 몇번 씩이나 열등감을 느껴 우울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다. "동시에 키가 작은 나를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? 혹시 우습게 보거나 무시하지는 않을까?"하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.

남탓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, 내가 오랫동안 내 신장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했던 것은 한국사회의 지나친 외모지상주의가 한몫 한것 같다. 키에 대한 지나친 의미부여, 남자 연예인들의 프로필 신장 뻥튀기, 키 크는 학원에 대한 광고, 대놓고 키가 작은 남자들을 비하하는 인터넷 글들 등 한국 사회는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키에 대한 집착이 심한 것 같다.
케이팝이나 드라마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게 된 한국이지만, 아직 다양한 것을 수용하기에는 작은 나라인 것 같다.

하지만 어느 날부터 더 이상 이런 생각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. 게다가 나와 키가 비슷하거나 작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,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케빈 하트처럼 키가 작은데도 그것을 농담거리로 할 만큼 당당한 사람도 있는 것을 보며 이제는 내 키가 몇 센티미터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. 딱히 키가 작은 것이 남성성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. 중요한 것은 어떤 몸을 타고났든 살면서 그 몸을 어떻게 다루느냐, 그리고 자신이 어떤 상태이든 당당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.

물론, 이런 자세가 흐트러지고 다시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.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시도한다. 행위든 생각이든 연습을 통해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으니까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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